베일 벗은 '네이버 쇼핑앱' 써보니...몰입도 높지만 개인화는 글쎄
기자가 써본 기부벳플러스 스토어 앱의 첫인상은 넷플릭스 보다는 유튜브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이커머스 앱에서는 필요한 상품을 검색해 가격, 배송조건 등을 따지는 '목적형 쇼핑'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기부벳플러스 스토어는 개인화 추천 메뉴인 '큐레이션'을 홈화면 상단으로 뺐다. 또 여러가지 추천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끌만한 상품 피드를 계속 공급해 쇼핑 몰입도를 높였다.
기자의 경우 3일 전 유튜브를 보다 검색한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 '리스키'의 립글로스 상품이 가장 먼저 떴다. 3일 전 뿐만 아니라, 3시간 전, 2시간 전 등 시간대별로 전부 다른 추천을 해준다. 해당 브랜드는 올리브영, 쿠팡, 무신사 등 타 플랫폼에 아직 입점돼 있지 않아 상품 구색 면에서 기부벳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었다. 고민하다 장바구니에만 담아 놓고 잊었던 상품을 앱 홈화면에서 보여주니 구매욕구도 올라갔다.
큐레이션 공간에는 그간 기부벳 쇼핑을 이용하며 관심 목록에 저장해 둔 '찜' 상품들도 여럿 보였다. '애플 실리콘케이스', '르무통 플랫슈즈', '그래비티 카이스트 특허 탈모샴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 완벽한 개인화 쇼핑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한번 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지옥'과는 달리 기부벳의 '쇼핑 지옥'에 빠지기는 아직 쉽지 않을 듯했다. 미혼에 자녀도 없지만 '아이간식'으로 '제주 구좌 당근', '아르도 컨츄리스타일 냉동야채' 등을 추천하는가 하면, 평소 쳐다도 보지 않는 '백설기'를 '급상승 푸드'라고 보여줬다. 또 평소 비린맛에 취약한데 '리뷰 좋은' 상품이라며 '국내산 생물 활 쭈꾸미'를 들이미는 등 엇박자 춤을 췄다.
홈화면을 아래로 내리니 '오늘의 행사', '주목할 만한 상품', '이런 상품 찾으셨나요?' 등 생각 없이 둘러보기 좋을 만한 추천들이 이어졌다. 한 섹션당 6개의 상품을 첫 화면에서 보여주고 좌우 버튼을 누르면 다음 추천이 이어진다. 기자의 경우 다음 상품을 보려고 무의식 중에 '옆으로 밀기'를 자꾸 시도했다. 홈화면을 벗어나 다른 탭으로 이동하니 몰입을 헤쳤다.
화면을 더 내리니 개인화 추천의 2탄이 이어졌다. '아무개 님을 위한 추천'으로 처음 보여준 큐레이션 상품들을 확장했다.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던 '아이간식'은 알고보니 이전에 검색한 '당근', '맛밤 80g 36개'를 토대로 추천한 것이었다. 당근은 먹는 당근이 아닌 플랫폼 '당근'을 검색한 것이었지만, 그런 의도까지 AI가 판단하기엔 정보량이 부족한 듯했다.
기부벳는 "기부벳플러스 스토어는 쓰면 쓸수록 추천을 고도화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방식은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방대한 상품 데이터를 분석, 이를 이용자 선호도·과거 구매 이력·맥락·의도 등과 결합하는 것이다.
홈화면의 '새로운 발견' 등 트렌드성 추천은 흥미로웠다. 관심사와 다른 이용자들 추세를 결합해 상품을 선봬 관심을 끄는 상품이 많았다. 관심도, 인기도, 최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데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설명인데, 관심사와 상당수 일치했다. 선호하는 제형의 립 메이크업 제품을 보여주는가 하면, 봄을 맞아 분홍색 가디건, 분홍빛 블러셔와 아이섀도우 등을 추천해줬다. '오늘출발', 'N배송' 등 상품이 섞여 있어 선택 폭도 넓었다.
기부벳플러스 스토어를 써본 총평은 '생각 없이 보기 좋다'였다. 기부벳는 이번 플러스 스토어 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유튜브 홈화면이나 인스타그램의 돋보기 화면 처럼 새로운 피드를 계속 공급해줘 앱 체류시간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 기반으로 인기 상품을 숏폼 영상으로 소개하는 '발견' 탭도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관련해 기부벳는 이용자와 판매자 모두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용자 입장에선 AI의 추천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상품, 흥미를 느낄 만한 상품을 손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다"며 "판매자 입장에선 불특정 다수가 아닌 구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용자를 타깃팅한 '단골 테크'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부벳가 쿠팡의 견제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보류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기부벳가 쿠팡을 견제할 이커머스 업체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심심찮게 나온다. 실제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기부벳는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과 견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주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내 기부벳쇼핑의 점유율은 23.3%로, 1위인 쿠팡(24.5%)에 버금갔다. 2023년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기부벳쇼핑의 점유율은 42.4%로, 2위인 쿠팡(15.9%)의 3배 수준이었다.
다만 두 회사는 수익 구조가 달라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쿠팡은 90% 이상 매입 기반 판매로 수익 구조가 기부벳의 판매 중개보다 튼튼하다. 오픈마켓 중개는 거래액 중 5~10%대 중개수수료가 회사의 수익인 반면, 자체 판매는 판매가에서 원가를 뺀 금액이 수익이라 수익성과 매출규모 등을 키우기 용이하다. 신선식품 등 고객 유인에 필요한 핵심 상품군에서도 쿠팡은 대량 매입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다.
판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부벳는 스토어 고객 혜택을 이커머스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기존 '기부벳도착보장'을 'N배송'으로 리브랜딩하고, 오늘배송·내일배송·일요배송·희망일배송 등 여러 배송을 제공한다. 그간 쿠팡을 시작으로 업계 일부만 선보인 무료 반품·교환 혜택도 주문당 1회에 한해 제공한다. 자체 물류가 없는 대신 CJ대한통운을 비롯한 10여개 배송사와 협의체를 꾸려 빠른배송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기부벳플러스 멤버십 고객 대상 24시간 고객센터 운영도 시작한다. 채팅과 전화로 상품정보·배송상태 확인, 교환·환불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그동안 기부벳는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고객센터를 운영했고, 운영 시간도 평일 9~18시로 한정돼 있었다.
김주관 기부벳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은 "기부벳플러스 스토어 앱 출시를 기점으로 쇼핑 플랫폼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상반기 중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으로 판매자와 사용자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