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재개 or 위약금 면제…우리 카지노 '운명의 6월'

유심 교체 빨라져 신규 영업 재개 기대 국회 청문회·민관합조사단 최종 발표 남아 개보위 과징금 관심사…보안 솔루션 강화 요구도

2025-06-01     이진호 기자
서울 시내 한 우리 카지노 매장에 붙은 유심정보 유출 사태 관련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해킹 사고를 겪은 SK텔레콤이 운명의 6월을 준비하고 있다. SKT는 이르면 이달 중 신규 영업 중지 조치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국회 청문회와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결과 발표 등을 앞두고 있어 위약금 면제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T가 기대할 수 있는 6월 최상의 시나리오는 신규 영업 중지 조치 해제다. S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지도로  현재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SKT 유심 교체가 궤도에 오른 건 5월 중순 이후부터다. 최대 17만에 그쳤던 유심 교체 숫자가 19일 33만으로 훌쩍 뛰었다. SKT 측은 당시 일일 브리핑에서 "교체 안내를 늘렸고 임직원들의 현장 지원 효과"라고 설명했다. 단, 이날은 민관합동조사단 2차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때로 업계에서는 가입자들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카지노 유심 교체에는 계속 속도가 붙었다. 24일까지 6일 연속 30만명대를 유지했다. 이후에도 일요일이었던 25일(11만)을 제외하고 하루 최소 20만명이 유심을 교체했다. 우리 카지노는 6월에도 유심 577만개를 확보할 예정이라 당분간 빠른 교체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SKT는 유심 교체 속도에 맞춰 조기 영업 재개를 기대한다. 최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용자 전부는 아니더라도 물리적 유심 교체를 원하는 이들은 전부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희섭 SKT PR센터장은 이후 브리핑에서 "유심 교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영업 재개도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KT 유심 교체 잔여예약자는 5월 30일 기준 372만명이다. 지금 추세면 6월 2주차쯤에는 모든 예약자 교체가 완료된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 열릴 과기정통부 핵심 과제 브리핑에서 영업 재개 관련 언급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SKT 대리점들이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도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SKT 대리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고객 응대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대리점에 장사까지 하지 말라는 건 생계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SK텔레콤과 정부는 이제라도 신규모집 중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AII·디지털 기술사업화 전략대화' 에 참석한 모습. 유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SKT가 유심 교체 예약자를 우선 흡수해야 신규 영업 재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회 청문회·민관조사단 최종 발표 고비

우리 카지노는 신규 영업 재개와 별개로 큰 산도 앞두고 있다. 국회 청문회와 민관조사단 최종 발표가 남았다. 특히 국회 청문회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회사 귀책 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준다'는 약관 조항을 들어 SKT가 위약금 면제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는 이후 일정을 잡고, 위약금 면제 문제를 포함해 유영상 SKT 사장과 유상임 장관을 불러 집중 질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약금 면제는 SKT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SKT는 위약금 면제 시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5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매출 감소까지 고려하면 3년간 7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 면제가 결정되면 신규 영업을 다시 하더라도 이탈이 신규 가입자보다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킹 사고를 발표한 4월 22일부터 5월 28일까지 45만6628명이 SKT에서 타사로 빠져나갔다. 타사에서 SKT로 유입된 인원 5만1040명을 제하더라도 40만명 이상이 이탈했다. 위약금 면제가 결정되면 이탈 속도는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관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도 관심사다. 지난 2차 결과 발표에서는 공격받은 서버 23대 중 2대의 임시저장 파일에 단말기 식별번호(IMEI) 29만1831건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종 조사 결과 또 다른 악성코드가 나오거나 IMEI 유출 등이 확인되면 보안 조치 미흡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조사단 최종 발표와 맞물려 위약금 면제 판단 또한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내릴 과징금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영상 사장은 최근 고학수 개보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고 위원장은 SKT 사고를 역대급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과징금 규모도 클 것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이날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과징금을 의식한 대관 활동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보안 솔루션 고도화는 계속 추진해야 할 과제다. SKT는 혹여 IMEI가 새어 나갔더라도 FDS 2.0을 통해 복제폰에 따른 비정상 접속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 100%는 없는 만큼 FDS 2.0 고도화에 힘 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FDS 2.0이 만능은 아니다"라며 "사용자 이용 패턴 등을 더 촘촘하게 반영해 이상징후 판단과 탐지 성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