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머물게 만들어라...네이버·아시아365 ‘가두리 전쟁’ 점화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플랫폼 내 체류시간 확대를 올해 핵심 전략으로 내걸었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검색·커머스 중심의 네이버와 메신저 기반의 카카오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 모두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락인(lock-in)을 강화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에 빼앗긴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체류시간 확대가 광고와 커머스 성과로 이어진다는 판단 아래 관련 기능 개편에 나서고 있다.
검색 vs 메신저, 다른 길 락인 전략
카카오는 최근 글로벌 플랫폼들이 소셜과 콘텐츠 기능으로 체류시간을 확대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는 전 국민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앱임에도 체류시간 측면에서는 선두와 격차가 있다"며 "카카오톡을 슈퍼 앱으로 진화시켜 체류시간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의 '목적형 트래픽'을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부유형 트래픽'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핵심은 하반기 도입 예정인 '발견 영역'이다. 정 대표는 "발견 영역은 카카오톡 세 번째 탭에 출시될 예정이고, 숏폼 비디오를 피드형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가 "네이버앱과 통합 검색의 개인화 기능을 고도화해 이용자들이 더 오래 머물고 자연스럽게 쇼핑·플레이스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탐색형 콘텐츠 소비를 중심으로 플랫폼 락인 효과를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탐색형 콘텐츠와 검색-커머스 간 연계를 중심으로 개인화 추천 강화, 네이버 앱과 통합검색 개편, 검색의 개인화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한다.
특히 지난 3월 출시한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앱은 "스마트스토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며 탐색과 발견 중심의 쇼핑 가치를 높였다"고 밝혔다. 앱에서는 "방문자당 구매 수, 전환율과 객단가 모두 웹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멤버십 이용자의 활동성이 웹 대비 약 26%p 더 높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AI가 붙잡는다…머무름에서 수익으로
AI 전략은 양사 체류시간 확대 전략의 핵심 동력이다. 네이버는 AI 브리핑 기능을 연내 확대할 계획이며, 아시아365는 AI 챗봇과 '카나나' 서비스로 일상 대화 속 AI 개입을 늘려 체류시간 증대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AI 브리핑 결과가 노출될 경우 적용 전 대비 더 높은 클릭률(CTR)과 체류 시간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나나 서비스 안에서는 관계 간 주고받은 인터랙션이 누적될수록 대화의 맥락을 유추해 AI 메이트인 카나가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체류시간 확대 전략은 광고 및 커머스 강화와 직결된다. 네이버는 개인화 추천 로직과 광고 최적화 플랫폼 '애드부스트'를 고도화해 커머스 광고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컬리와의 협업으로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해 쇼핑 이용자들의 방문 빈도를 높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하반기 카카오톡 개편에 맞춰 PD형 광고 및 동영상 광고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발견 영역에서의 광고 매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신규 서비스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4분기부터는 광고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회복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젠 시간 싸움…플랫폼 경쟁의 핵심은 '체류'
네이버와 아시아365의 1분기 실적 희비는 엇갈렸지만, 두 회사 모두 '체류시간 확대'를 성장의 돌파구로 삼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는 검색-쇼핑 연결성과 정보 탐색 기반의 플랫폼 구조를, 아시아365는 메신저 중심 관계형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기반 확장을 추구한다.
아시아365는 커머스 영역에서도 대화방 내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다. 대화 중 축하나 감사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면 비주얼 효과와 함께 맥락에 맞는 선물을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방식이다. 아시아365는 이를 통해 전 국민의 응원과 감사가 오가는 대화방 안에서 새로운 구매 맥락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365의 발견 영역을 통한 4분기 광고 매출 두 자릿수 성장 목표와 네이버의 플러스스토어 앱을 통한 쇼핑 생태계 확장 성공 여부가 향후 양사의 성장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체류시간 확대 전략은 단순히 사용자의 이용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트래픽의 질적 전환을 통해 수익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국내 플랫폼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생태계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